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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불속의 사슴처럼”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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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344회 작성일 20-05-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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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속의 사슴처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화재는 1871년에 10월에 발생한 시카고의 대화재다. 당시 신흥도시로 풍요의 상징이었던 시카고는 갑자기 불어 닥친 화마로 불과 이틀 만에 시내 중심가의 건물 1만 7천동과 가옥 7만여 채가 불에 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삽시간에 엄청난 재난이 닥친 이유는 극심한 가뭄과 미시간 호수로부터 불어온 시속 60마일의 강풍 때문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남가주에 불어 닥친 “산타아나 강풍”도 시속 60마일을 넘었다. 강풍으로 인해 시작된 산불은 남가주 전역을 불바다의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산불지역이 말리부에서 시작하여 순식간에 멀리 샌디에고 까지 이르렀고 발생지역도 20군데를 넘고 있다. 거의 일주일째 산불은 말 그대로 “fire-storm"처럼 집을 덮쳐서 수백채의 집과 수십만 에이커의 산림을 태우고 있다. CNN보도에 의하면 이재민은 백만 명에 가깝고 샌디에고 지역의 피해액을 10억불로 추산하고 있다고 하니 전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Lake Forest에도 높은 산이 있다. 산 중턱인 Santiago Canyon에서도 불길이 치솟기를 시작했다. 그 영향으로 하늘은 붉고 뿌연 잿빛과 스모그로 덮였고 얼바인 일대가 온통 타는 냄새로 숨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어제 아침에 새벽기도를 나오는데도 앞산은 벌겋게 화염이 치솟고 있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부랴부랴 산불이 있는 현장으로 갔다. 왜냐하면 우리교회 장로님이 사시는 집에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은 계곡을 타고 번져갔지만 감사하게도 장로님 댁은 피해서 지나갔다.
나는 현장을 더 확인해 보고 싶어서 차를 몰고 올라 가다가 저 멀리에 불에 타버린 황량한 산등성을 타고 올라가는 한 무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사람이 아닌 사슴 세 마리였다. 올라가는 모습이 거의 쓰러질 것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아마 지난밤에 불속에서 어디론가 피했다가 다시 자기의 보금자리를 향해 가고 있었던 가보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가는 방향은 불에 완전히 타버려 아무것도 없는데도 묵묵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 사슴들을 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저려왔다. 왜 갈까?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가지 말라고도 소리치고 싶었다. 그 이유가 어쩌면 매일 새벽에 다니던 길이기에 본능적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나는 시내 산에 나타나신 하나님의 본능(본질)을 생각하게 되었다. 시내 산에 임재하신 하나님의 모습도 불이셨다. “시내 산에 연기가 자욱하니 여호와께서 불 가운데서 거기 강림하심이라 그 연기가 옹기점 연기같이 떠오르고 온 산이 크게 진동하며.”(출19:18) 그러니 모든 백성은 불처럼 강하신 하나님 앞에서 떨었다.
그런데 출19장에 보면 실제로 떤 것은 백성이 아니라 불 가운데 계신 하나님이셨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강림하시기 전부터 말씀하셨다. 백성을 성결케 하라, 백성을 산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 그것뿐 만이 아니었다. 불 가운데서 산꼭대기로 모세를 다시 부르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너는 내려가서 백성에게 다시 한 번 올라오지 못하게 말하라, 올라오면 죽는다고 하라’. 모세가 이미 못 올라오도록 철저히 준비를 시켰다고 말했다. 그래도 하나님은 ‘가라,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 엄히 명하셨고, 모세는 다시 산을 내려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불로 임재하신 하나님은 불처럼 강하신 분인 동시에 사슴처럼 연약하신 분이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본질이셨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올라가셨던 주님도 연약하셨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 양이셨다.  이처럼 복음은 약한데서 온전하여 지는데(고후12:9) 오늘날은 산불처럼 너무나 강한 성도가 많다. 강한 목사, 교회도 너무나 강한 교회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엄청난 재앙을 보면서 다시 복음의 본질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불속에서도 산을 오르는 사슴처럼 다시 일어서서 십자가를 붙드는 성도의 본분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 (고후12:10)

새생명장로교회 정철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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