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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Happy Diet"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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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127회 작성일 20-05-2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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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Diet"

우리 집 부엌에는 생뚱맞은 물건이 하나있는데 그것은 체중계이다. 우리집 체중계는 작년 이맘때부터 화장실에서 부엌으로 옮겨졌다. 장소만 바꾸어진 것이 아니다. 특이한 장면은 11학년짜리 큰아이가 학교에 갔다 오면 체중계 앞에서 벌어진다. 체중계를 앞에 놓고 올라가기 전에 입고 있던 옷을 마구 벗고 무게를 줄일 만큼 줄인 다음 그 위에 올라선다. 체중을 재고난 후에야 비로소 그 앞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어 먹을 것을 꺼낸다.
나는 옷을 벗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큰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먹는 은사(?)를 받고 태어났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날씬한 편이었는데 십대에 들어오면서 어느 음식 하나 맛있지 않은 것이 없는 것처럼 모든 음식을 즐기더니 작년 들어서는 무려 200백 파운드를 육박했다. 처음에는 타고났거니 하다가 그것도 넘어서 큰일 났구나, 나중에는 이일을 어쩌나 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다가도 가끔 그 육중한 체구로 첼로를 켤 때 깊은 소리가 나면 풍성한 몸집 덕인가보다 하며 스스로 위로하곤 했지만, 그것 하나 빼고는 걱정뿐이었다.
그러던 작년 봄 무렵부터 아이가 저녁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한두 번은 그냥 지나갔는데 이상해서 아내한테 물었다. 요즈음 하영이가 저녁식사에 통 안보이니 어떻게 된 거예요? 집사람의 대답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며칠이나 갈까, 먹으면서도 배고프다고 하던 아들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대견하다 싶었다. 그런데 작심삼일이 아니었다. 한두 달을 계속하더니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는데 아예 체중계를 끼고 사는 것 같았다. 어느 날은 하도 달라 보여 확인해 보았더니 무려 30 파운드가 줄어 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음식을 못먹어 괴로워 보인 적도 없고 전문가와 의논하거나 약을 먹거나 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싶어 너무 놀라웠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아들의 바뀐 식습관은 계속 되었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갔을 때는 친구들이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50 파운드 가까이 몸무게를 줄인 것이다. 중국 조선족 표현대로 하면 드디어 우리 아들이 “살까기”에 성공한 것이다.
나는 아들이 50파운드를 다이어트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배울 점이 많아 그 이름을 "happy diet"라 붙여 주었다. 왜냐면 우리는 보통 diet하면 “작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용사처럼 온갖 작전과 화학요법, 심지어 특수 장비까지 다 동원된다. 그러니까 diet자체가 전쟁이요 스트레스다. 그런데 아들의 “happy diet”는 근본부터 다르다. 다이어트가 전쟁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아들은 자기가 절제해야 하는 음식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유익한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에 푹 빠진 것이다. 우리가 저녁을 먹는 동안 자기는 즐겁게 훌라 루프를 돌린다. 또 하나는 작은 목표다. 한번도 10파운드가 목표인 적이 없었다. 항상 5파운드다. 두 번 성공하면 10파운드, 세 번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감이 생겨서 계속 하게 되는 것이었다. 벌써 일 년이 지나도록 요요현상도 없이 기분 좋게 그 몸을 유지하고 있다. 다이어트 성공이 아들에게 여러 모로 삶의 태도나 학교생활에서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요즈음 이민사회가 경기침체의 여파로 너무나 어두워져 가고 있다. 가정이나 교회에도 영적 다이어트와 경제적 구조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상당히 긴 터널을 지나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에 따른 태도를 바꾸자.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에 집착하여 힘들어하기 보다는 현재 내게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기뻐하자. 작게라도 목표를 세우자.  자주 몸무게를 달아보듯이 쉬지 말고 기도하자. 그리고 적은 소득, 적은 성취라도 기뻐하며 감사하자. 그러다 보면 어느덧 “소원의 항구”(시107:30)에 닻을 내리게 될 것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살전5:16~18)

새생명장로교회 정철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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