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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봄날이 오면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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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618회 작성일 20-05-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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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봄날이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다. 매년마다 3월이 오면 나는 교회에서 첫 주일을 삼일절기념주일로 정하고 말씀을 통하여 3.1운동의 영적인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다. 기미년 당시에 기독교인들이 불과 몇 십만 명밖에 안되었는데도 3천만의 민족을 흔들어 깨웠었던 저들의 영적인 기지개에 매년마다 놀라곤 한다.
남가주에서의 3월의 기지개는 LA마라톤을 들 수가 있다. 오래전에 LA의 한인 타운에 위치한 교회에서 사역을 할 때에 마라톤 코스가 한인 타운을 지나는 바람에 마라톤의 직격탄을 맞아서 LA 마라톤이 열리는 주일이면 반수정도밖에 되지 않는 성도들이 모여 우울한 예배를 드려야 했다. 그런데 올해에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LA마라톤에 천명이상의 한인 건각들이 참여하는 대단한 이벤트가 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류사회를 알리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3월의 진정한 기지개는 단연 자연의 변화에서 느껴진다. 지난겨울은 메마른 겨울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며칠사이에 내린 봄비가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나니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수목들이 기지개를 펴고 힘차게 펌프질을 시작했다. 나뭇가지에서 터져 나오는 새순들이 유난히도 힘이 있어 보인다. 거기에다가 LA북쪽 산등성이에 쌓인 흰 눈과 산 아래의 파릇한 수목이 어우러져서 절묘한 봄날의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미국 동남부에 가면 dogwood란 나무가 집집마다, 산마다 서식을 하며 봄의 완연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 나무는 잎사귀보다 꽃이 먼저 피는데, 온 동네와 산을 봄으로 아름답게 장식하는 작고 하얀 꽃은 아주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dogwood나무에는 특별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나무는 원래 아주 강하고 곧게 자라는 나무였다고 한다. 그래서 늘 자신감에 차있었다. 어느 날 사람들이 그 나무를 잘라서 십자가를 만들었는데 그 위에 예수님이 달리시게 되었다. 대못이 예수님의 손과 발을 뚫고 나무속으로 들어오면서 예수님의 피가 나무에 베이게 되었다. 예수님을 고통을 처절하게 함께 느꼈던 dogwood는 곧고 강한 자신을 뽐냈던 것이 너무도 부끄럽게 여겨졌다. 그 이후로 dogwood는 더 이상 곧게 자라지 않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숨어서 자라게 되었고 꽃의 모양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모양을 하고 있고 네 꽃잎의 가장자리에는 예수님의 핏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붉은 점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테네시 주에 살 때에 이런 전설을 그림엽서에서 읽게 된 이후부터는 봄철에 유심히 그 꽃을 보게 되었는데,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꽃마다 하늘을 향하여 있어서 마치 하나님을 경배하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위풍당당하던 옛 모습의 dogwood를 본 적은 없지만 봄철마다 자신의 몸에서 예수의 진실을 드러내며 겸손의 조화를 이루고, 하늘을 향해 하얀 꽃잎을 겸손히 피워내는 dogwood는 진정한 주님의 고난을 드러내는 사순절의 나무란 생각이 든다.
봄날이 되면 겨울의 기지개를 켜고 수목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신앙의 아름다운 모습도 이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골로새서 3장에 보면 '옛사람과 그 행위를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입었으니'라는 말씀이 있다. 신앙의 아름다움이란 '새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옛사람에서 새사람으로 전환하는 가장자리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님이 지셨던 십자가는 지옥과 천국을 동시에 경험하신 가장자리였다. 십자가는 흑암과 광명의 가장자리이다. 우리는 사순절에 십자가를 통해서 지옥과 흑암의 존재를 보아야 한다. 동시에 십자가를 통하여서 하늘의 영광과 구원을 바라보아야 한다. 신앙의 진정한 힘이란 바로 이런 복음의 가장자리를 걸어갈 때에 나타난다.
봄날이 되어 민족의 역사도 기지개를 펴고 사람들도 수목들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제는 우리 신앙인들도 사순절에 영적인 기지개를 펴고 복음의 가장자리를 힘차게 걸어가야겠다.

새생명장로교회 정철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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